SPECIAL INTERVIEW

스페셜 인터뷰 Vol.1 핫토리 시게키(服部滋樹)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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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핫토리 시게키(服部滋樹)/graf 대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1970년생, 오사카부 출신. graf 대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디자이너. 미대에서 조각을 배운 후 인테리어 숍, 디자인 회사 근무를 거쳐 1998년 인테리어 숍에서 만난 친구들과 graf 를 설립. 건축, 인테리어 등에 관련된 디자인과 브랜딩 디렉션 등을 맡았으며, 최근에는 지역 재생 등의 사회활동에도 그 능력을 발휘하고 있음. 교토예술대학 예술학부 정보디자인학과 교수.
https://www.graf-d3.com/

THEME

2025년 개최되는 OSAKA-HAKU를 앞두고 미술과 디자인, 도시 생활 등의 영역에서 깊은 조예를 가진 graf의 핫토리 씨를 인터뷰했습니다. 핫토리 씨가 실천하고 있는 뮤지엄을 즐기는 법, 지역과의 관계성 고찰, 그리고 OSAKA-HAKU에 대한 기대감을 더해주는 이야기에는, 우리를 지금 바로라도 행동하고 싶게 만들어 주는 계기가 많이 담겨있습니다.

01

나에게 박물관과 미술관은 도시를 더욱 즐기기 위한 입구다. 나에게 박물관과 미술관은 도시를 더욱 즐기기 위한 입구다.

저는 해외에 가면 우선 그 도시의 역사박물관이나 자연사박물관에 가고, 그런 다음 미술관을 둘러보며 현대를 보도록 하고 있습니다. 역사박물관이나 자연사박물관에는 지역에 뿌리를 둔 연구자들이 있는데, 자신들이 사는 도시의 역사가 어땠는지를 계속해서 조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연사 박물관이라면 역사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지형적 특징이나 수원의 발전, 서식했던 생물 등 연구 대상이 굉장히 광범위합니다. 그런 자연의 흐름에서 산업과 상업의 변화도 보이고, 지역에 대해 알게 되면 사물을 보는 방식도 달라집니다. 그리고 미술관에서는 소장품 등을 통해 역사와의 문맥을 맞춰볼 수 있어 다양한 지식과 정보가 자신의 안목에 도움이 됩니다. 그렇게 안목을 찾고 바꿔가면서 더욱 도시를 즐길 수 있게 됩니다. 제게 박물관과 미술관은 도시를 만끽하기 위한 입구인 것이지요.
OSAKA-HAKU에 참가하고 있는 6곳도 같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각각의 학예원이 연구하고 있는 분야는 다른 세계의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입니다. 자기가 하고 있는 역할과 일 등 여러 가지가 연결될 것이고, 도시와 지역을 알기 위한 생활 연구인 것입니다. 앞서 말한 안목을 기르는 것은 물론이고 많은 깨달음과 때로는 격려해 주는 이와의 만남도 있을 테지요. 만약 인생을 고민하고 있을 때라면 선인의 말씀으로 망설임이 해소될 수도 있고, 훌륭한 소장품을 보고 힘이 날지도 모릅니다. 박물관과 미술관 등 뮤지엄은 그런 무언가를 주는 곳이기도 하거든요. OSAKA-HAKU에 참가하고 있는 6곳도 각각 특징이 있어서 한곳만 즐기는 것도 좋지만, 자기 안목에 따라 꼬리를 물 듯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전체를 돌아보면 더 많은 만남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02

사고를 변화시키고 사물을 보는 관점을 바꿔준다. 그것이 도시 속 뮤지엄의 역할이다. 사고를 변화시키고 사물을 보는 관점을 바꿔준다. 그것이 도시 속 뮤지엄의 역할이다.

지금 세상에서는 웰빙을 지향하며 다양한 것들이 시도되고 있지만, 웰빙의 근원은 그 사람 속에 본질적인 가치가 뿌리내리거나 뼈대가 됨으로써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모든 사물들에 대해 의식을 기울이지 않으면 웰빙은 누릴 수 없을 것이고, 내면에 싹트는 본질적인 가치조차 깨닫지 못하게 됩니다. 알고리즘을 통해 모든 것들을 제공받는 것이 일상화된 세상이기 때문에 주는 대로 소비하는 단순한 소비 형태가 되어버렸습니다. 이건 제 생각인데요. 그 요인으로 생각되는 것이, 20세기라는 시대가 서비스업에 너무 많은 돈을 지불해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무언가를 제공받는 것에 좋든 나쁘든 익숙해져 버렸다는 거죠. 물론 제공받는 것이 훌륭한 경우도 있지만, 스스로 손에 넣을 사물이나 시간도 많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것에 의식을 기울이지 않게 된 건 아닐지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삶의 방식과 새로운 가치로서 오늘날 미디어 등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다양성의 시대’라는 말이 있습니다. 듣거나 본 적이 있을테니 어느 정도 알 거 같다 싶어도 그것만으로는 의미가 없습니다. ‘다양성이란 무엇인가?’ 여기에 의식을 기울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습니다. 자기가 받아들이는 것뿐만 아니라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능동적일수록 우리 모두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웰빙에 가까워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축적한다고 하면 뮤지엄이 있지요. 무언가를 얻는다면 필연적으로 자신의 사고도 달라질 것이고 사물을 보는 관점도 달라질 것입니다. 도시에서 뮤지엄의 역할은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세상이 지향해야 할 웰빙에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이 뮤지엄의 본질적인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03

작품을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펴면 그 시간과 체험은 더욱 즐거워진다. 작품을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펴면 그 시간과 체험은 더욱 즐거워진다.

『청화진사 연화문 항아리』

오사카시립 동양도자기박물관(아타카 에이이치 씨 기증)
사진: 무다 도모히로 MUDA Tomohiro

5살과 2살짜리 아이가 있는데, 여러 뮤지엄에 데리고 다니고 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건 어떻게 되어있는 걸까?’, ‘사실은 이런 걸까?’ 하며 아이들은 자기 마음대로 상상을 펼칩니다. 그걸 듣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제 시점이 바뀌는 일도 많이 있어 아이들의 시점은 일상생활과 뮤지엄이 그대로 이어져 있는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아이들은 돌멩이 하나라도 굉장한 대발견을 한 것처럼 이야기하고 일상생활 속에서도 굉장히 능동적이지요. 오히려 어른이 일상과 비일상을 자기 편한 대로 구분해서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비일상이기 때문에 훌륭한 발견이 있는 게 아니라, 일상 속의 아주 사소한 일에서도 발견은 있으니까요. 그렇게 능동적으로 상상하는 것을 통해 진정한 지성은 길러져 가는 게 아닐까요.
예를 들어 오사카 나카노시마 미술관에는 시대를 반영한 작품이 많이 있습니다. ‘이 시대는 어땠을까?’라며 작품을 통해 상상해 보거나, 디자인을 보며 ‘당시는 어떤 관습이 있었을까?’라든가 말이죠. 작품을 여러 각도에서 보고 생각하면 그때의 시간과 체험은 더욱 즐거워질 것입니다. 저는 민예품도 아주 좋아하는데, 오사카시립 동양도자기박물관은 일본의 미술평론가인 야나기 무네요시도 놀랐다는 작품을 소장하고 있답니다. 연꽃 그림이 그려져 있는 항아리인데, 야나기 평론가는 다른 평론가와는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실물을 보면서 ‘야나기 무네요시는 어디를 보고 있었을까?’, ‘어디를 봤던 걸까?’ 하며 상상도 해보고, 나 자신도 그러한 다른 시점을 간접 체험해 볼 수 있지요. 시간을 초월해 그런 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멋져요.

04

OSAKA-HAKU를 계기로 사람과 뮤지엄이 서로의 경계를 넘어선다면. OSAKA-HAKU를 계기로 사람과 뮤지엄이 서로의 경계를 넘어선다면.

현재의 박물관과 미술관 등은 각각의 학문별로 묶여있지만, 리버럴 아츠(Liberal Arts)로 되돌아가 모든 것을 들여다보면 그 울타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예술과 과학이 교류하고, 오사카시립 동양도자기박물관의 작품을 오사카시립 과학관이 분석한다면 ‘구웠을 때의 색은 어떤 색이고 어떤 유약을 사용했었다’라는 더 깊은 분석이 가능할 것입니다. 과학적 분석을 통해 새로운 관점이 만들어질 것이고, 우리의 지식도 더욱 넓어질 것입니다. 하나의 뮤지엄 안에서 완결시키지 않고 울타리를 넘어서면 다양한 영향이 생겨날 것입니다. 더 말하자면 학문의 울타리를 넘는다는 것 이상으로 다시금 21세기의 학문을 탄생시킨다고 생각합니다. 리버럴 아츠는 우리가 문명을 가지고 살아가는 가운데 소통과 경제, 학문을 초월하는 것이 전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OSAKA-HAKU가 그 계기가 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를 포함한 오사카에 사는 사람들, 관광으로 놀러오는 사람들이 OSAKA-HAKU를 통해 오사카의 생활 그 자체에 의식이 향하고, 전시된 다양한 “오사카의 보물”과 만나 지성이 길러지면 시민의 힘도, 도시의 힘도, 관광의 힘도 향상될 것입니다. 사람과 뮤지엄이 서로의 경계를 넘어서는 그런 OSAKA-HAKU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건 제 개인적인 이상을 말하는 것인데, 오사카 전체가 뮤지엄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시민 개개인이 마치 학예원 같은 존재가 되어 자기가 좋아하는 사물을 발견하고 전달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SNS를 통한 정보 전달은 관광객에게 큰 여행의 힌트가 되기도 합니다. 학술적인 사실과 리얼한 일상은 오사카를 알 수 있는 새로운 입구가 될 것 입니다. 역사나 예술과 관련된다면 OSAKA-HAKU로도 이어질 테니까요. 여러 가지 정보가 퍼져있는 상태에서 2025년을 맞이할 수 있다면 OSAKA-HAKU는 물론 오사카 도시 전체도 아주 재밌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